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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늑대의 보름달

5. 이상한 것들

mady 2019. 5. 12. 14:50

다시 눈을 뜨자, 이번엔 장소가 달랐다.

어두침침한 곳...빛이라곤 보이지 않아 나는 내 눈이 먼 줄 알았다. 덜컥 겁이 나 아빠!아빠를 목 쉬게 부르자 옆에서 찍찍, 하는 소리와 우다다 작은 것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더불어 사사삭, 찌르르찌르르, 갉갉갉갉.....

 

"끼야아아아악!!!"

 

이 습한 공간에 나말고 다른 생물이 있다면 무엇이겠나, 내가 상상하는...상상하는.....!!그것들이 내가 모르는 새에 내 몸을 기어다녔다고 생각만 해도 헛구역질이 나왔다.

 

"아빠...아빠..."

 

땅을 더듬거리다가 그것들을 만질까봐 그 자리 그대로 웅크려 눈물만 줄줄 흘리며 몇시간을 기다렸을까, 나는 미쳐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덜덜 떨며 웅크려있자니 이것이 모두 꿈인 것 같고, 사실 나라는 존재가 다 거짓같고...할머니나 아빠라는 사람들도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니 몸도 점점 추워져서 덜덜덜 떨리고 그렇게 나라는 존재가 내 속에서 희미해질때쯤, 빛이 어스름하게 보였다. 나는 그 빛만 멍하니 보다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 시끄러!"

한 아저씨가 나타나서 얼굴을 팍 찌푸린체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끕, 나가게 해줘요! 어서!!!당자아앙!!"

 

절규에 가까운 나의 비명에 아저씨는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쇠로 만들어진듯한 문을 따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눈물범벅이 되어 반쯤 미친 내 몰골에 움찔하고는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나도, 아저씨도 아무런 말 없이 길고 조용한 복도를 걸어나와 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서 세수라도 할 텨?"

 

나는 그냥 멍하니 서있었다. 에휴. 옆에서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육중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터벅터벅 아저씨와 내가 들어가고, 아저씨는 바로 사라졌다. 

 

"이게 무슨 꼴이지."

 

웅웅, 울리는 목소리에 스윽 고개를 올리니 이제는 지겨운 그 새끼가 삐딱하게 얼굴을 비틀며 나를 짜증난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농담삼아 내가 감옥에 가뒀다는 것을 따지기라도 할 참인가? 죄는 미천한 네가 지었거늘."

 

"ㅅ...ㄴ아.."

 

"하??"

 

"이 씨앙놈아!!!"

 

내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것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장승같은 얼굴을 한 우락부락한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툭 튀어나온 금붕어 같은 눈알을 쉬지않고 굴려댔다. 무서운 생김새에 정신이 아찔한 것을 붙잡고 뒷걸을질을 치는데,

 

"푸하하하, 죽고 싶은 건가, 생김새도 꼬질한 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언성을 높히느냐?"

 

삐죽삐죽한 시끄러운 초록머리를 한 아저씨가 배를 내밀며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시끄럽다."

 

"아앗...죄송하옵니다..."

 

그 녀석의 말 한마디에 찍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히는 둥그런 아저씨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보는데, 그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다시 그 육중한 문이 열리며 동물 털로 뒤덮힌 여자들이 사뿐사뿐 나타나 나에게 팔짱을 끼고 웃어보였다. 

 

"데려가서 씻기고 좀 귀엽게 보이도록 해봐."

 

그녀들은 고개를 사뿐히 숙이더니 나를 질질 끌고가다시피 그 방에서 데리고 나왔다. 당연히,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발을  끌며 그녀들의 빠른 걸음걸이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욕조가 있는 걸 보니 화장실 같았다. 그런데 화장실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커다란 욕조와 향기로운 것들이 가득한 이 곳은 어느 멍청한 부자놈이 목욕에 미쳐 만든 곳 같았다. 뭐, 그만큼 호화로워 보이는 곳이란 거다. 그녀들은 지금까지 단단히 매고 있던 팔을 풀어주고, 난 멍하게 그녀들이 이끄는 대로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다가갔다. 

'퍽!'

누군가 갑자기 내 등을 밀고 나는 철벅소리를 내며 욕조안으로 쓰러졌다.

버둥거리며 욕조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콜록콜록 기침을 하니 그녀들이 꺌꺌꺌 웃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멍하니 그녀들을 보자, 그녀들은 내가 자신을 쳐다봤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듯 다시 내 얼굴을 물로 쳐박았다. 

 

"뭘봐! 이 멍청한 년이,"

 

"야야, 죽겠다 죽겠어~푸흐흡,"

 

멀어져가는 정신을 다시 붙잡고 콜록거리자 그녀들은 제빨리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기침이 멎을 때 쯤 나는 알몸이 되어 욕조 안에서 그녀들의 거친 손길에 놀아나고 있었다. 능숙한건지, 나에게 쓸 1분 1초가 아깝다는 건지 그녀들은 내몸을 정말 깨끗하게 닦았다. 문제는 그녀들의 손톱에 속살 군데군데 살이 긁혔다는 걸까. 쓰라렸다. 이 장소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 녀석은 무슨 왕처럼 이상한 생물들을 다루고 있고, 나는 이 곳에 끌려와 여기저기 구르고 있다. 

 

"야! 이년 울어~"

 

"어어어~ 어떡해, 울어? 울냐구우~"

 

눈물만 뚝뚝 흘렸는데 그녀들이 오히려 작위적인 울음소리를 내고 내 머리를 치면서 나를 놀리고 있었다.

 

"시발 우는 것도 작작해야지,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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