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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늑대의 보름달

3. 나를 괴롭히고,

mady 2019. 5. 2. 21:00

새벽 세 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들었건만 고모와 큰아버지가 나를 억지로 깨우셨다. 왜 벌써 일어나냐니까 우리 아빠가 나를 못 가게 할 마음을 먹을까 미리 보내는 거란다.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뜻한 이불에서 바로 나왔다. 아빠를 깨우진 못했지만 내가 억지를 부려서 아빠의 잠든 모습이라도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아빠.”

 

내가 속삭이듯이만 말했는데 고모는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 꼴을 더 이상 보기 싫어 일어나 다시한번 아빠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아빠는 늘 피곤한 모습만 보여주셨다. 엄마 없이 딸래미 17살까지 키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

아빠가 나에게 소홀히 대한 날이면 아빠가 슬그머니 내 잠든 얼굴을 쓸어준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딸. 우리 딸. 중얼거리며 소중하게 쓸어내리면 가끔 귀찮을 때도 있고 내가 힘든 날이면 눈물이 나올 때도 있었다. 아빠는 내가 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몰래 하시고, 나는 그것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우리 사이의 암묵적인 룰 중 하나였다. 아빠의 볼을 쓸어내리자 거칠고 주름진 아빠의 피부가 느껴졌다. 눈물이 다시 흐르지만 흐느낄 겨를은 없었다. 내가 울 기미를 보이자마자 큰아버지가 나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어제 계속 봤던 산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게다가 이제 막 동이 틀 때였기에 어두컴컴한 길을 핸드폰 플래시로 비추어 가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편안한 정적이었는데, 갑자기 큰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그러다 깨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빠를 말씀하시는 건가. 깨면 뭐가 그렇게 큰일 나서..

 

, 걱정은 많으신데 인정은 그렇게 없으세요.”

 

일부러 비꼬듯 말하니 큰아버지는 입을 벌리시다가 한숨만 내쉬셨다.

 

그 이상의 예의 없는 행동은 그만둬라.”

 

~ 네에~”

 

늘어뜨리며 대답을 하니 따가운 눈빛이 내 뒤통수를 갈겼다.

 

마지막인데 이렇게 얼굴 굳히고 작별인사를 해야겠니.”

 

고모가 중얼거리듯이 투덜대자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그럼 웃을까요? 이 상황에서?”

 

큰 고모에게 울음 섞인 큰 목소리로 외치니까 갑자기 우리가 가는 산에서 새때가 날아올랐다. 그냥 새때도 아니고 그 날아오르는 소리가 마치 천둥 같았다.

 

꺄아악!”

 

어르스름하게 밝아오지만 산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지 고모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미숙아!”

 

큰아버지가 큰고모를 일으켜 올리며 나를 조금은 당황한 얼굴로 보다가, 갑자기 고모를 업고 할머니 집으로 되돌아 뛰기 시작하셨다.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큰아버지를 따라가려다가 나는 이 산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입장이란 것을 기억했다. 무서워서 두 손을 꼬옥 모으고 내 핸드폰을 꺼내서 손전등을 켰다. 그렇게 나는 그 소름 끼치는 산으로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아름이야.’‘혹시 저 산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니’‘아름아.’‘아름이야.’‘아름아. 너는 이 산을 찾게 되어 있단다.’‘그게 운명이라는 거야.’'아름아 너밖에 없다''네가 없으면 우리가!''아름아!''예의없는 행동은 그만둬라''멍청한것.''들어가면 산주인이 반겨줄것이야''아닝.''그는..''위험해''나중에 날 보면........'

 

잠깐만.

산을 반쯤 올라갔을 때에 날은 밝아져 있었고 나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계속 할머니가 나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 봤는데, 어떻게 할머니는 내가 이 산을 오게 될 거라고 알고 계셨던 거지?? 그때에는 막내 고모가 살아계셨을 텐데..

숨을 헉헉 몰아쉬며 나무에 등을 기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밀었다. 너무 깜짝 놀라 비명도 못 지르고 버둥거리며 넘어지자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멍청한 계집년. 여전하구나.”

 

이 이상한 말투. 재수 없는 웃음소리. 고개를 팍 치켜들자 그가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랑 놀아줄 기분 아니야.”

 

놀아줄 기분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섭한 소리야.”

 

씨익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그가 손을 내밀었다. 길을 알려주려는 건가.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손을 잡으려고 그에게 손을 내밀던 나를 자연스레 툭 치는 그였다. 내가 그보다는 밑에 있었는데, 그러니까, ...그가 나를 산에서 민 것이다. 넘어지는 순간에 그 사이코패스 같은 미소가 너무나도 섬뜩했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사람을...나를..? 밀....어...-

 

우당탕탕 소리가 들린 건 내 착각인 건가? 내 비명과 돌부리에 내 살과 뼈가 찍히는 것이 느껴졌다. 흙먼지로 뒤덮이고 팔을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발목도 나간 것 같고,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바들거리며 고개를 겨우 들어 그를 보는데 머리가 시원한 느낌과 뜨거운 느낌이 들다가 픽 고개도 가누지 못하고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멍청한 것이. 내가 누군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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