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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미친곳
10. 망치는 누구였을까 본문
아무리 사회생활을 잘 못한 나라도 알 수 있었다. 어제부터 여운이 이상하다. 평소같으면 병아리같이 삐약거리며 나를 찾아와 흥미로운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 조금 이상한 이야기 등등 별별 이야기를 들려줄텐데, 그런 것도 없다. 그저 나를 보면 어두워진 눈가를 끌어올려 웃어주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여운의 말에 나중에 천천히 듣기로 했다. 시험 기간은 일주일. 그 새에 신입들이 무슨 짓을 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어야한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고 하루가 지났다. 여운은 나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시험 전 그렇게 긴장하고 자주 웃는 아이는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사라져버렸다.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여운아, 여운아!"
나를 지나쳐 빨래를 신입들에게 가져다 주려는 여운을 불러세웠다.
"나 가야 돼."
"그럼 같이 가줄게. 잠깐만 이야기 하자."
여운은 아무말 없이 나와 빨래를 나눠들고 신입들이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빠르게 걸어가버렸다. 말을 걸 틈도 없었다.
"여운아!!"
"누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느냐!"
아차, 목소리가 너무 컸나보다. 코너 쪽에서 나오는 집사장님을 보자마자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숙여 혼날 준비를 했다.
"허어, 또 너로구나? 가장 품위 없는 월룬의 시녀, 여운."
그는 자신이 지어낸 듯한 타이틀을 쩌렁쩌렁하게 말하며 여운의 이마를 쿡 찔렀다. 평소같으면 버럭 화라도 낼텐데...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울 듯한 표정을 짓는 여운을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집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품위없게 복도에서 언성을 높혔습니다. 소녀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의 앞으로 달려가 여운을 은근 슬쩍 그에게서 막고 허리를 푹 굽혔다.
"호오? 시녀 연교. 당신이 그럴 인물은 안되보였는데...이 녀석을 감싸러 거짓을 고하는 것이 아닌지.."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눈을 크게 뜨며 아니라고 말하려던 순간 밝은 목소리가 내 입을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헤헤헤, 제 이름을 한번 크게 불러보고 싶어서..."
저렇게 피곤함을 감추며 파르르 입가를 떠는 미소는 여운에게서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허리만 굽히고 있었다.
"허허, 역시나. 연교 시녀, 우정도 좋지만 상사에게 거짓을 고하다니. 벌을 내림에 충분하지만, 연교라서 눈감고 넘어가겠소. 그리고 여운. 너는 그 빨래를 가져다 놓고 따라오거라."
"네에.."
결국 나는 여운과 한마디도 나눌수가 없었다. 하지만 끝에 나를 스윽 쳐다보고 가는 그 여운의 눈빛을 난 잊을 수가 없었다. 차갑고,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눈빛. 차라리 그 원망이 나를 향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그 자리에서 생각해버렸다. 그녀는 날 원망하지 않았다. 다른 무언가를 원망하며, 나를 포기한, 그런...
"여운아..."
나는 바로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아까 그 표정에 상처를 받은 건 아니지만, 넌 내 인생에서 첫번째로 행복을 느끼게 해준 친구인걸. 그 짧은 시간에 넌 이미 내 마음에 깊숙히 자리 잡았는데. 이유도 없이 너에게 포기라는 단어를 들을 순 없어.
"왜 이러는 거야 말이라도 해줘..."
내가 새빨개진 눈가로 여운의 손을 잡자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미안해. 그런데...나 더 이상 너랑 같이 못 지낼 것 같아."
머뭇거리며 말하는 그녀는 참 낯설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리자 여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이렇게 헤어질 줄은 몰랐어. 정말이야. 네 탓도 아니고, 내가 뭐 갑자기 변덕부리는 것도 아니야. 그냥, 힘들어. 너랑 있으면 진짜 힘들다고. 넌 연교니까 내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렇지?"
나니까 너 없이 잘 지낼 거라는 그 말 뜻은 뭐야...나는 벙하게 그녀가 빼는 손을 힘없이 보내주었다. 머리가 아무런 회전도 하지 않자 몸이 움직였다. 그냥 나눠들었던 빨래를 다시 그녀에게 몽땅 몰아주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뒤에서 들리는 건 내가 바랬던 여운의 목소리가 아니라 힘빠지는 웃음과 그대로 뒤돌아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였다.
그걸 모두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왕은 가늘게 눈을 떴다. 태후의 조카딸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인데, 연교 목소리가 들려와 엿듣고 있었던 참이었다. 짜증과 함께 답답함, 그리고 비웃음이 났다. 연교에게는 하나뿐인 친구였던 것 같고, 그 친구는 연교랑 비교되는 것에 참지 못하고 떠난 것이겠지. 그래. 그녀는 너 따위와 친해질 사람이 아니라고.
연교를 따라갈까 하다가 늦었다는 대신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흠, 흐음. 시험을 보는 중이랬지...?
걱정마. 연교야. 내가 다 해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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