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탄도소년단
- #창작#소설#인류#실험#2화
- 카툰네크워크
- Chicken block'd
- 사이트가안나옴
- 게임
- 재활동
- 사라지는 꿈
- 하이퍼서사
- 과거
- 홍보아님
- 트랜스미디어
- 추천
- 리뷰
- 애니리뷰
- 누적 방문
- 맨탈
- 잡담
- 보름달
- 주인공
- 만명돌파
- 소설
- 강추
- 치킨블록
- 애니
- 영화
- 늑대의
- 좀비고
- 컨버전스문화
- 노래추천
- Today
- Total
잡다한 미친곳
9. 피어나는 틈 본문
여운과 같이 지낸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시험 날짜는 빠르게 다가왔고, 연교는 자신이 했던 시험 준비 중 제일 나태하게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뭐만 하면, 연교야 뭐해? 내가 쿠키 구웠는데 먹지 않을래? 연교야! 오늘 날씨 짱 좋은데 같이 놀래? 연교야! 연교야!! 자신을 이렇게 불러대니, 연교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 앞에서 딱 잘라 아니, 시험 준비해야지. 라고 말할 수도 없고..새삼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약하다는 점을 21년 인생 처음 안 연교였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아주 큰 결심을 내린 비장한 얼굴로 여운을 찾아갔다.
그리고, 왕은 어제 할 일이 밀려 오늘은 연교를 따라다니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하! 이보시게! 이건 대안이라고 가져온 것인가?!!"
"하오나 전하....읽지도 않으셨습니다..."
"에이이이!!!시끄럽다아아아!!"
늙은 대신은 마치 자신의 손주처럼 떼를 쓰는 왕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바다 같으면서 구름 같은 공허함을 담은 그의 눈빛은 왕의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특효였다.
"..언제까지 이 승소와 어이없는 글들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는가."
"신이 생각하기엔 빠르면 오늘 석식을 먹기 전 까지는 끝날 것이라고 봅니다."
석식..?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태후와의 약속이 문득 떠올랐다. 하마터면 잊고 있을 뻔했지만, 어차피 사흘 후인 화요일이니 괜찮았다. 하지만 연교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밥을 먹다니, 연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하아..."
충고를 해주었더니 바로 전혀 딴생각을 하는 왕의 모습에 늙은 대신도 그저 눈을 감았다.
-이틀 후-
연교와 여운은 시험을 그럭저럭 잘 보게 되었다. 시험 내용은 복불복이었는데, 보모를 뽑는 만큼 남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 왕궁의 룰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큰 관건이었다. 자신이 하루 동안 직접 보모가 되어 막 들어온 신입 시녀들을 돌보고, 그 결과로 점수를 매겼다. 어떤 신입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시험은 파트너와 함께 하루간 치러진다.
"연교와 여운!"
늙은 시녀장이 그녀들의 이름을 부르자 연교는 후,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반면 여운을 너무 긴장을 해서 자신의 이름이 불린 줄도 모르고 연교를 꼭 안고 있었다.
"92번 신입들을 맞으면 된다."
"감사하옵니다. 시녀장님."
"감ㅁ....사..하옵니ㄷ-ㅑ, 딸꾹!"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는 여운의 상태에 연교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제발, 이번 시험 망치면 몇 년간을 손해 봐야 한단 말이야.
같이 시험장으로 이동하는데, 여운이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연교를 바라보았다.
"나...나 때문에 시험 망치면 어떡해...연교 어떡하지..."
순간 연교는 여운에 대한 조바심이 싹 씻겨나가는 듯했다. 한심하다는 마음도 스멀스멀 생기고 있었는데, 아무렴 그것도 됐다. 이렇게 착하고 활발한 아이가 다 죽어나가는데 응원은커녕 속으로 불평만 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괜찮아."
여운의 왼손을 꼭 잡아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운아. 네가 시험을 망치더라도 널 미워하지 않을게. 그냥 우리 이걸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남을 위하는 말을 처음 해봐서 이 말이 통할지 연교는 횡설수설해 보였다. 하지만 좋은 효과가 있었는지 여운의 얼굴은 단번에 밝아졌다.
"연교야...! 나.., 나 힘낼게!"
그렇게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띄며 신입 시녀들을 맞으러 갔다. 문을 열고 홀에 들어가자 신입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교는 미리 알아본 대사를 읊으며 그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여운은 옆에서 연교를 보조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둘의 포지션이 정해졌다.
"여러분은 지금 월룬 왕국의 중심부에 들어와 있습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연교의 모습에 신입들은 대단하다는 듯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그 뒤에선 여운도 연교를 뿌듯하다는 듯이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지 모를 찝찝함이 여운의 마음을 괴롭혔다.
뭐지, 뭘까. 내 친구가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왜 나는 기분이 나쁜 거지?
사실 전날부터 여운은 이 찝찝함을 가지고 있었다. 연교는 그냥 걸어 다녀도 칭찬을 듣는다. 그리고 나랑 놀고 있으면 연교는 격려를 받는데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받는다. 오늘도 난 긴장해서 떨고 있는데 연교는 오히려 내 긴장을 풀어줬다. 연교는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나는 뒤에서 신입들 뒤꽁무니만 쳐다본다. 연교는...내 친군데....나는...왜 이런 마음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여운!"
연교의 목소리에 여운을 고개를 파득 들었다.
"네...에...?
"여러분! 여러분을 맡아줄 또 하나의 시녀분이십니다. 만약 저런 시녀복을 입고 초록색 리본을 달고 다니면, 여러분과는 달리 정식 시녀분이시니 인사를 꼬박꼬박 하십시오. 만약 그 점을 잊고 있다간 큰 화를 입게 될 겁니다."
"마...맞습니다! 저 엄청 무서워요!"
연교만 보이고 나는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이런 멘트를 억지스럽게 날린 건데, 오히려 여운은 싸늘한 분위기 속에 더 쪼그라들고 있었다.
"마..맞아요! 저 친구 엄청 무섭습니다. 그러니 인사와 격식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연교가 수습을 해주니, 그제야 신입들 사이에서 웃음이 잠깐잠깐 풀려났다. 그들은 그 짧은 시간에 알아챈 것이다. 저 여운이라는 사람은 별 볼일 없으며 정식 시녀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좋은 평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앞에 연교라는 사람은 성실하며, 센스가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앞으로도 승승장구만 남은 듯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잘 보이려는 대상이 생기고, 그 외의 사람은 배척되는 것이다. 여운도 그들의 심리를 눈치챘다. 무언가 팡 터지는 듯한 무안감과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졌다. 연교가 수습해준다는 것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자 그럼 먼저 자수부터 해보겠습니다."
연교가 그들을 끌고 나가자, 그들이 우르르 연교 주위로 몰려들었다. 여운은 연교와의 거리가 참 멀다고 생각해버렸다. 이를 갈며 그들의 뒤를 비척비척 따라나갔다.
'소설 > 늑대의 보름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변화라는 이름의 폭력 (0) | 2019.06.03 |
---|---|
10. 망치는 누구였을까 (0) | 2019.06.01 |
8. 서로의 속도 차이 (0) | 2019.05.26 |
7. 혼자서 내려버린 결정 (0) | 2019.05.18 |
6. 우리 할머니 (0) | 2019.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