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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세나의 고민(완결)

세나의 고민 1화

mady 2019. 3. 3. 13:28

안녕하세요초등학교 5학년입니다오늘 저는 아주 기분 나쁜 일을 겪었어요.’

 

방 한 구석에 앉아 조금 통통한 여자아이가 심각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그녀는 오늘 기분이 아주 심란했다가슴이 나와서 브래지어를 차고 다니는 것도 갑갑하고친구들이 요즘 수군대는 것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였다심지어 남자아이들이 그냥 까르르 웃기만 해도 자신을 뚱뚱하다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결국 그녀는 짜증이 날 대로 나서 방과 후에 친구들에게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놨었다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네가 너무 예민하다라는 질책 섞인 충고그 답변을 듣고 집에서 울다가 지쳐 한 익명 게시판에 고민을 다시 한 번 털어 놓는 것이었다.

 

요즘 학교에서 너무 힘들어요제가 사실 그렇게 뚱뚱하지 않은데 남자애들이 저보고 뚱뚱하다고 놀리면서 비웃고친구들은 저랑 말도 잘 안하고제 고민을 심각하게 들어주지도 않아요.’

 

자기가 겪은 일들을 다 썼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아직 덜 불쌍한 느낌이러면 그냥 애가 징징거리는 걸로만 보일 것 같아 세나는 몇 문장을 더 적었다.

 

심지어 요즘 한 남자애가 저를 막 꼬집고 때려요뚱뚱하다면서 비웃는 남자애들 중 한명이고요하지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저보고 돼지새끼가 나댄다고 욕까지 했어요.’

 

사실 그런 일은 오늘 없었다오늘 세나는 아주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아침에 학교에 도착해 친구들과 아침인사수업쉬는 시간수업쉬는 시간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누구가 누구를 좋아하네 마네로 열띤 토론을 하다가누구 뒷담을 까면서 욕을 하고그렇게 수업에는 안중도 없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우당탕 식당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같이 급식을 먹고 남자애들 이야기로 낄낄대다가 집에 왔다평범한 초등학생의 학교생활이었다누구에게 욕을 듣거나 꼬집히거나맞는 일은 전혀 없었다그저 중간중간 세나가 하는 말이 무시 당했거나 자신의 허벅지와 다른 친구들의 허벅지를 비교하고 우울해져 걸어가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남자아이들이 야한 낙서를 보며 와아 웃었던 것뿐이다세나는 그때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요즘 제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따 당하는 느낌이 들어요진지한 답변 부탁드려요.’

 

다 쓰고 세나는 휴우한숨을 쉬었다이제 착한 분들이 여기에다 답변을 써 주실 거다그리고 세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다문제가 생겨도 그건 세나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 답변을 쓴 사람이 문제니까자신에게는 별 문제가 안 생길 거라 생각했다그렇게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밥 냄새가 솔솔 났다세나는 홀린 듯 일어서서 부엌으로 갔다.

 

엄마가 해준 갈비찜을 배부르게 먹고 침대에 누워 세나는 핸드폰을 켰다생각보다 적은 댓글이 달려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댓글이 달렸으니 어서 읽어보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무슨 답변을 해달라는 거야

 

뭐 어쩌라고삭제.

세나는 망설임 없이 그 댓글을 꾹 누르고 삭제를 눌렀다.

 

여자분이신 것 같은데, 5학년이면 사춘기가 올만 하네요사춘기라 예민한거니까 다른 사람들 싸잡아서 이상하게만 생각하지 마세요그냥 님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옳은 판단하는게 제일 나을 듯.’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춘기라서 예민한 거면 좀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줘야지고민도 좀 진지하게 들어주고.

세나는 그 댓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옳은 판단이란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걸 모르니까 게시판에 글을 쓰지.

조금 지나서 세나의 댓글에 다시 댓글이 달렸다.

 

그건 님이 알아서 생각하셔야죠제가 제대로 된 상황도 모르는데 옳은 판단을 어떻게 내려요.’

 

아 쓸모없어다 쓸모없어!!

세나는 자신이 원하던 댓글이 지금까지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우울해졌다하지만 아직 다른 댓글들이 남아 있으니까.

 

님 ㅅㄹ?’

 

사춘기네요부모한테 반항이나 하지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 그게 정말이에요아니 뭐 그런 쓰레기들이 다 있어신고해요!! 왜 그걸 그냥 참고만 있어요미친 아직도 그런 학교폭력이 있어대박.’

 

어어비웃음만 이어지다가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댓글을 처음으로 읽었다세나는 뭔지 모를 감정에 눈물이 터지며 그 댓글에 댓글을 썼다.

 

님 진짜 감사해요ㅠㅠ 기분 그렇게 안 좋았는데 님 글 보고 좀 기분이 나아졌어요ㅠㅠ

 

훌쩍거리면서 세나는 그 댓글을 계속 보면서 정말 그 남자애들을 신고할까 고민하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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