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미친곳

벙어리 소녀와 시간여행자 수환의 불꽃놀이 본문

소설

벙어리 소녀와 시간여행자 수환의 불꽃놀이

mady 2019. 10. 14. 23:08

https://www.youtube.com/watch?v=JvoNWdVgPfw

 

"그럼 우리 쪽으로 불꽃놀이 보러갈래?"

 

그녀는 은은한 달빛 아래서 눈만 순진하게 빛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까닥거리지도 않았지만 수환이는 그녀가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자연스레 자신의 시대로 이끌었다. 그녀의 눈이 커지고 그 눈망울에 자신이 담겨지는 것을 보며 수환은 벅차오름에 활짝 웃었다.

마침 빨간 불꽃이 크게 터지고 있었다. 펑!하는 큰 소리에 병리는 움찔하며 풀숲에 주저앉았다. 평생 이런 큰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겠지. 작은 토끼처럼 오들거리는 그녀를 감싸며 자신도 풀숲위로 앉았다.

 

"괜찮아.괜찮아."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그녀를 품었다. 그녀가 얼굴을 들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홀린 듯이 불꽃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쁘지?"

 

폭죽소리에 안 들릴까 그녀의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불꽃에 잠깐잠깐 비춰지는 그녀의 볼은 참 빨겠다. 이 평화로움과 설렘을 그대로 느끼며 수환은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보고 있었다. 

 

 

 

병리는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불꽃놀이라니.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불꽃으로 놀이를 한단 말인가. 무서운 것은 피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 남자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개를 끄덕거리지도 않았는데 그는 확신에 가득찬 눈빛으로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이상한 원을 그리며 빛들이 춤췄다. 깜깜한 달밤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커졌다가 눈이 부셔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갑자기 우르르 쾅하며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주저 앉아버리자 그가 나를 껴안으며 괜찮다 말해주었다. 미안함과 다정함이 섞인 목소리에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반짝이는 것에 눈을 떴다. 참으로 예뻤다. 그 캄캄한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는 것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예쁘고 웅장했다. 이 광경을 언제 볼까 열심히 눈에 담는데, 갑자기 그가 내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예쁘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낯부끄러움에 가만히 모른 척 불꽃만 구경했다. 예쁘오. 정말. 내 입으로 뱉을 수 없는 단어를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이 느낌은 또 뭘까. 놀란 가슴은 진정되었는데 이 간질거리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 보단 좀더 깊은... 그의 웃음소리같이 조근조근, 그의 심장소리가 굉음을 뚫고 나에게 들려온다. 편안하면서도 울컥하는 기분.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다시는 깨지 않을 꿈 같은 몽환..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될까 불안하고, 그 불안이 또 눈물을 몰고 온다. 이 사람이 없다면, 난 다시 마을의 흉터같은 벙어리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당신은 저 불꽃같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기를.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작품 1  (0) 201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