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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류의 실험

인류의 실험 1화

mady 2019. 3. 5. 22:48

완성, 완성이다!! 성공이야!!”

 

깊숙한 지하, 축축하고 고약한 악취가 가득한 공간에서 비쩍 마른 과학자 M이 비명을 지른다. 모의실험 278번째. 그는 드디어 세계를 뒤흔들만한 것을 만들어냈다!

 

드디어! 이 내가 보여주지. 그동안 인류의 가장 큰 궁금증을 해결하는 모습을! 내가!! 나 혼자!!”

 

인류의 가장 큰 궁금증. 지금 세계는 더 이상의 진화를 거부할 정도로 풍족하게 살고 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해결해주고, 완벽히 프로그래밍 된 사회 속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완벽한 사회 속에서도 존재하는 하나의 결함. 분노와 슬픔. 그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사람들은 그 감정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변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미래가 정해진 안전한 삶.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안전을 원했고 과학은 그 뜻에 따라 놀라운 발전을 이륙해왔다. 미세먼지나 폭풍, 산사태. 그런 자연재해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왜 사람 감정 하나에 빌빌대야만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사람들의 감정을 없앤다면 그토록 원하던 완전한 행복이나 기쁨이란 감정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인류는 완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잘 했지만 완벽해지지는 못한다. 그들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고, 빠르게 포기를 하였다. 하지만 여기, 이 미친 과학자M은 감히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 보이겠노라 세간에 공표하고, 세계는 그가 28년 동안 실험실에 박혀 있을 동안 그를 잊었다.

 

그는 미친 듯이 콜록거리며 웃다가 조심스럽게 리모컨 같은 기계를 쓰다듬었다. 그는 2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

사람들의 감정은 이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이기심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아간다.’ ‘하지만 인류는 진화하며 이성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고, 평소 이성이 본능을 억누르고 있다. 이성적인 사람은 거짓이라는 것을 늘 달고 다녀 믿을 것이 못 된다.’ ‘이성을 없애고 본능을 꺼내게 만드려면 사람을 궁지로 몰아야한다.’ ‘인류를 궁지로 모으려면 위험한 존재를 풀어야한다.’ ‘궁지 속에서도 이성을 택할지 감정을 택할지를 알아낸다.’ ‘거기서 타협점을 찾아 후손의 DNA, 그리고 교육시킨다.’ ‘그럼 인류는 완벽해질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반인류’. 감정을 못 느끼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며, 사람의 장기를 먹고 움직인다. 외형은 아름다우며, 신체의 능력은 성인 남자의 7~8배를 웃돌았다. 그들은 모두 성이 없으며, 서로에게 차별이나 차등을 두지 않는. 하지만 공동체적이지는 않은, 그런 존재들이었다. 생명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나 모두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 DNA를 조작하며 277번의 실패를 거치고 거치며 태어난 로봇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커다란 시험관 안에서 튜브관과 호흡기를 주렁주렁 걸치고 눈을 감고 있었다. 물 안에서 흐느적거리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과학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인류가 과연 감정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감정 하나로 이것들을 이겨내고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세계를 흔들 실험준비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16세 소녀 김미희. 꽤 부족함 없이 사는 그녀의 소원은 연애 한번 열정적으로 해보는 것. 하지만 보수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 남자의 자도 모르고 컸다. 밤늦게 학원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의 인터넷 소설을 보다가, 피곤에 지쳐 자는 한국의 순진한 소녀다.

오늘은 영단어 300개 외우기. 평소에는 400개인데 오늘은 미희 생일이라 선생님이 봐주셨나보다. 부모님은 한식당 예약을 잡아놨으니 학원이 끝나면 바로 건물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실 미희는 한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제일 두근거리는 것은 생일 선물. 그 것만큼은 너그러이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기 때문에 제일 기다려지는 것이 생일 선물이다.

아빠는 노트북, 그리고 엄마는 미희가 평소 골라놓은 옷들을 사주기로 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영단어를 열심히 외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300개라지만, 생일날 저녁식사에 늦으면 곤란할 테니까.

 

그렇게 딴생각 없이 열심히 외운 덕인지 평소보다 20분 일찍 끝났다. 뿌듯한 결과에 빙그레 미소 지으며 가방을 챙기고 학원 문을 열고 나왔다. 역시 엄마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동안 어제 못 보고 잔 인터넷 소설을 마저 읽으려 핸드폰을 꺼냈다.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한가득인 소설을 보며 그녀는 너무나도 즐거워했다.

 

나 좋아하지 마.’

그게 뭔데.’

나 좋아하지 말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엄멤메엄멤메 대박대박.‘

 

명대사다! 이건 명대사야! 오늘도 오글거리는 대사에 깊은 감동을 받고 그걸 캡쳐하는 미희였다.

그 대사를 몇 번이나 보며 헤헤 좋아하고 있던 미희는 엄마의 경적소리에 재빠르게 폰을 집어넣고 엄마 차에 올라탔다.

 

생일 축하해 딸~”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도 저 낳느라 수고하셨어요~”

 

뭐얼~ 우리 딸이 이렇게 쑥쑥 크고 있는 거 보면 그런 거 싹 잊는다!”

 

행복한 웃음소리가 퍼지며 미희는 생각했다. 난 정말 행복한 아이야. 꼭 예쁘고 똑똑하게 커서 엄마아빠도 행복하게 해드리고, 멋있는 지은성 같은 남자도 만나서 결혼하고 예쁜 아기 낳아서 알콩달콩 살아야지. 그린 듯한 행복한 삶. 그것이 미희가 바라는 미래였다.

 

아 참, 엄마, 아빠는 어디 계세요?”

 

아빠는 지금 뭐 중요한 프로젝트 하신다고, 살짝 늦으신다네~? 하지만 저녁식사엔 오신다니까, 실망하지마.”

 

괜찮아요. 오시기만 한다면 괜찮으니까.”

 

그렇게 차는 고속도로를 달려 전국에서 유명한 한식당에 도착했다.